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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연수 후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요즘 한국에는 영어교육 광풍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도록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반드시 발음 좋은(?) 영어권에서 온 교사한테 영어를 배우도록 하고, 방학이면 미국 서머스쿨에 보내는가 하면, 아예 한술 더 떠서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랄 어린 나이에 등을 떠밀어 조기유학을 보낸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사실 나는 가슴이 답답하다.

물론 글로벌 사회의 공용어인 영어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어는 게임의 승부를 가르는 조건이 아니라 기본적인 참가 자격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의 그 어마어마한 영향력에 짓눌려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그것은 “영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영어 잘 하는 아이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부모들이 자칫 어린 인재들을 글로벌 고아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글로벌 경쟁력, 영어가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가장 염려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영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말이 통해야 비즈니스도 할 수 있고, 커리어도 쌓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영어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흔히 외국에서 받은 학위나, 높은 토익점수가 글로벌 기업으로의 취업을 보장하는 티켓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영어는 의사전달의 수단일 뿐이다. 영어만 잘 한다고 해서 인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해마다 글로벌 기업의 문에 들어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도 우리와 똑같은 언어의 장벽을 갖고 있다. 만약 영어가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면, 기업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서만 채용하면 될 테니 말이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를 대신해 세계의 명문 대학에 포진해 있는 한국인재들을 인터뷰할 때, 응시자들 중에서 영어를 못해서 떨어지는 경우는 정말 극소수였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영어로 말할 때 마음 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마음 졸임의 이유는 언어의 장벽 때문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자세(attitude)'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영어가 우리에게 제2외국어인 이상, 우리가 그들보다 유창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발음보다는, 우리가 하는 말이 얼마나 논리적이며 핵심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남들이 전혀 못 알아듣는 콩글리시를 써서 의사소통이 힘든 정도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본토발음'이 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악센트로 영어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특징과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와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영어만 모국어처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한마디로 앞뒤가 바뀐 전략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사회에서 더욱더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즘 한국을 이해하고 대표하는 인재가 되는 일은 더욱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친구인 J와 E는 둘 다 미국에서 자라나 학부와 MBA를 마치고 USB의 투자전문가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 인재들이었다. 둘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J는 한국어에 능통한데다 한국 시장을 잘 아는 편이었는데, E는 겉모습만 한국인일 뿐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한국말도 하지 못했다.

둘 다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일했지만, 5년 후에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디렉터로 승진한 사람은 J였다. 회사 측에서 한국 시장에 밝은 J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E는 미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경쟁 속에서 다시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했다.
물론, 그들이 미국에서만 경쟁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J가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글로벌 사회에서 한 가지 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핵심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을 찾아 자신만의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앞에서 제시한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경쟁자들이 사이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리서치 회사 갤럽의 수석컨설턴트였던 버킹햄의 베스트셀러≪오직 한 가지(Only One Thing)≫ 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한 가지씩은 있으며, 그 장점을 계발하여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것이 경쟁이 극심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잘 하는 것 역시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지게 들릴지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영어에만 매달리는 것은 구시대적인 전략이다.

글로벌 시대의 영어, 발음이 아니라 논리가 먼저

글로벌 사회의 공용어가 영어이다 보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경재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영어권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영어권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언어 소통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희박하다. 따라서 비영어권 국가에서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글로벌 사회에서 기회의 폭이 적어진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런던에 근무할 때, 나는 유렵 여러 도시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각 나라의 인재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다. 북쪽으로 러시아, 스칸디나비아로부터 중유럽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고 남쪽으로 그리스, 아프리카, 이집트까지…….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공용어인 영어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는 그들이 영어를 대하는 태도에 내심 감탄했다. 그들은 제2외국어인 영어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했다. 물론 유럽 언어들의 뿌리가 영어와 같은 라틴어에 있으니 우리보다는 영어 습득에 유리하겠지만, 그들 역시 외국어를 마스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유럽 사람들 중에는 3개 국어 혹은 4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나라 말을 할 줄 모르는 영어권 사람들을 무시하면 했지, 자기네 발음이 ‘본토발음'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프랑스식 혹은 이탈리아식 악센트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자랑으로 여긴다. 유럽 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음에 비해 그다지 나을 것도 없건만, 그들은 자신들의 유창하지 않은 발음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만약 영어권이 아닌 사람들의 발음을 우스개 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곧 자기가 얼마나 글로벌 시민의 자격이 없는지 떠벌리는 것일 뿐이다.

맥킨지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첨단기술의 전진기지인 실리콘밸리에는 고학력의 이민자들이 특히 많았다. 우리 사무소도 인도나 중국 또는 독일 출신 컨설턴트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부분이 외국인 컨설턴트들이다 보니 팀 미팅을 하면 가지각색의 악센트를 지닌 영어가 뒤섞이곤 했다. 도리어 미국인 컨설턴트가 소수였기 때문에 말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알아듣기 힘든 구어는 삼가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컨설턴트 중에서도 그 예리한 판단력 때문에 ‘미스터 레이저'라고 불렸던 스위스 출신 시니어 매니저가 있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장황하게 클라이언트와의 인터뷰 결과를 보고하던 어소시에이트의 말이 채끝나기도 전에, 특유의 독일어 톤으로 “요점이 뭡니까?(What's your point?)"라고 벌침을 놓곤 했다.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지 말고 메시지의 핵심을 전달하라는 의미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효율적인 대화의 기술은 핵심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맥킨지의 라자 굽타 회장은 인도 출신으로서 1994년 맥킨지의 CEO 자리에 올라 2003년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재선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긴 했지만 인도에서 학부를 마친 늦깎이 유학생이었다.
전 세계에서 맥킨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될 때면, 영상으로 된 그의 환영인사가 곁들여졌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자라던 반얀나무의 예를 들며 맥킨지가 세계 77개 도시에 뻗어 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하나의 뿌리를 가진 한가족임을 강조하곤 했다. 라자 굽타 회장의 연설은 모든 신입사원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길 만큼 감동적이었으며, 또한 현실을 꿰뚫는 예리한 판단이 빛났다. 하지만 그의 영어에는 그가 인도 사람임을 느낄 수 있는 향수가 물씬 풍겼다. 그래서 그의 강연이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라자 굽타 회장이 세계적인 싱크탱크인 맥킨지의 CEO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영어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다른 세계 일류 기업들의 최고 인재들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사회의 핵심인재가 된다는 것은 열린 사고를 가지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을 만한 다양한 자질을 갖춘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이다. 그 자질은 영어 실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 이제, 너무 영어에만 목숨 걸지 말자. 영어 발음이 좋지 않다고 주눅 들지도 말자.
영어 공부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대체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셨어요?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 대학까지 마친 ‘100퍼센트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받곤 한다. 마치 내가 글로벌 커리어를 쌓아오는 데 있어 필요했던 유일한 노력이 ‘영어’이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을 떠난 지 꼭12년이 된 오늘까지 나는 미국, 유럽, 그리고 동남아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일하며 경쟁도 하고 또 우정을 쌓아왔다. 그러면서 터득하게 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재들의 공통점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정확하게 찌르는 조리있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없앤다.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계 교포 친구들을 보면 나름대로의 ‘영어정복기'를 갖고 있게 마련인데 그중 늦은 나이에 미국에 온 사람일수록 그 내용이 파란만장하다. 성격이 내성적인 친구들은 중ㆍ고등학교 때 미국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 대학원으로 유학 온 나만큼이나 영어정복의 길이 험난했다고 한다. 한창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에 아무 말도 못 알아듣는 교실에서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과 앉아 있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언어습득의 가장 큰 장벽은 부끄러움이다. 머릿속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전에는 입 밖으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언어표현의 가장 큰 장애인 것이다.
특히 차례를 기다려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토론이 대부분인 비즈니스 회의에서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그리다 보면 벌써 다른 화제로 넘어가 있기가 일쑤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이 표현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좀더 편안한 자리에서 틀리더라도 자꾸 영어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신을 얻게 된다.
사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실수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우리 스스로가 예민할 따름이다. 영어는 우리에게 제2외국어이다. 우리말보다 서툰 것은 당연하다. 틀려도 괜찮다는 용기를 가지고 자꾸 해보라.


직접 부딪치며 배운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많이 듣는 질문이지만 수많은 해답과 이론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중에 어떤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좋은지 정말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수많은 방법 중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 자꾸 부딪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운전교육을 아무리 철저하게 교실 안에서 받더라도 직접 운전대를 잡고 다리는 도로에 뛰어들기 전에는 절대 우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어회화 테이프를 붙잡고 도서관이나 집에서 혼자 영어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영어실력은 늘지 않는다. 느낀 나머지 항상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버릇이 있다. 영어가 시험을 보고 점수를 잘 따야 하는 공부라는 생각을 버리고, 일상생활에서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자꾸 부딪쳐보라.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 본문 발췌
조세미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뒤 USC에서 조직경영·전략을 전공으로 MBA를 마쳤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부즈 알렌&해밀턴에서 시작한 글로벌 프로페셔널로서의 커리어는 맥킨지, 하이드릭&스트러글러스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와 북미, 유럽의 수많은 글러벌 기업들의 인재전략 컨설팅을 담당하면서 세계적 기업들이 원하는 글러벌 인재의 조건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와 전략을 갖추어왔다. 현재는 한국의 주요 기업 및 전세계 선두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원급 이상 핵심인재들의 리더십 계발 및 기업 내 다양성과 문화에 관한 코칭을 펼치고 이다.

2002~현재 인재전략 독립컨설턴트 및 커리어 코치
2001~2002 하이드릭&스트러글스 (런던 사무소) 최연소 프린서펄
1997~2000 맥킨지 (실리콘밸리·런던·서울 사무소) 조직전략 및 리더십 전문컨설턴트
1995~1997 부즈알렌&해밀턴 (싱가포르 사무소) 컨설턴트